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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review

또 오해영 속 '그냥'오해영이 공감되는 이유

by FtwoN 2016.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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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 이렇게 몰입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식샤를 합시다2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서현진의 로코 후속작이라는 것으로 그저 재미만 있을 줄 알았는데, 초반 부터 주인공 오해영에게 빠르게 몰입이 되었습니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두 명의 오해영이 귀엽게 봐줄 정도에서 이름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만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오해영의 학창시절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가 마냥 가볍지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출처 : tvn 또오해영 中 캡쳐>


결혼 전날 파토를 내고 아니 당하고, 소개팅에서는 상대의 관심도 못 끄는, 그렇다고 직장 생활이 잘 풀리지도 않는 비운의 여주인공인 오해영. 그러면서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당당히 하고 또 성질 부릴 땐 화끈하게 부리는 당찬 여성인 줄만 알았던 그녀의 학창시절 에피소드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같은 반에 있는 '이쁜'오해영(전혜빈) 때문에 오해영(서현진)은 '그냥' 오해영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예쁜 오해영과의 비교에 의해 친구들에게 놀림감이되어 트라우마가 생기고 또 성인이되어 그렇게 당차게 동창회에서 자기 할 말 다해가면서도 예쁜 오해영 때문에 순간순간 소외받는, 여전히 그 예쁜 오해영 때문에 '그냥'오해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 사회 속 고쳐야할 '비교'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출처 : tvn 또오해영 中 캡쳐>


식샤를 합시다2와는 달리 이번의 여주인공은 절대 모자란 것이 없습니다. 사실 크게 부족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이쁜'오해영 때문에 평가절하를 받게 됩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그녀를 '그냥'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서 부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죠. 만약 그녀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다면 '못생긴', '무엇이 부족한' 오해영이라고 불렀을 겁니다.

그녀는 단지 이쁜 오해영과의 비교를 위해 '그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죠. 친구들은 그냥 오해영을 싫어했던 것도 아니고, 이유없이 괴롭히거나 배척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악의가 있건 없건 그 주변인들이 동명의 오해영들이 가진 '차이'를 '비교'하는 행위는 '그냥'오해영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게 됩니다.



우리는 어떠한 속성으로 동질의 집단으로 묶이곤 합니다. 같은 성씨, 같은 이름, 같은 반, 같은 학년, 같은 학교, 같은 지역 등 사실 내 자신에겐 크게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동질의 그룹에 속함을 '당하게'되어 비교를 받게 됩니다. 우린 각자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한 것도 아닌 타인이 정한 틀안에서 규정당하고 비교받고 상처받는, 우리사회가 가진 편가르기 문화에 피해자가 됩니다.


<출처 : tvn 또오해영 中 캡쳐>


그리고 또 오해영 속 '그냥'오해영은 전혀 꿀릴 사람이 아니지만. '차이'를 '비교'당하면 이는 '차별'이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할 말 다하고, 선 보러나온 남자에게 '자빠뜨리겠다'고 말하는 등 할 말 다하는 스트레이트한 성격에도 또다른 '예쁜' 오해영 앞에서는 움츠러듭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비교'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나도 죽을만큼 노력하고 애를 써봤는데, 그 과정은 알아주지 않고 그저 겉에 보이는 것만으로 비교를 당하면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꼭 비교를 하는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죠. 그래서 더욱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물론 그들은 별 생각없이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됩니다.


차이를 차이로 바라보지 않고 비교하고, 그리고 그 비교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무책임함이 결국 차별을 만들어냅니다. 마냥 재밌는 로코물이라 생각했던 '또 오해영'의 캐릭터 설정에서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지난 응답하라1988에서 덕선이의 '둘째의 서러움'이 폭발한 장면만큼이나 임팩트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를 가진 '그냥'오해영이 '어디서든 당당한' 오해영으로 성장하여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사회 속 차별이 없어지는 걸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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