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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review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상황이 만드는 그림

by FtwoN 2016.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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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9단의 바둑 대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적는 시점이 이미 2국이 끝난 시점이니 알파고의 2승 그리고 이세돌9단의 2패가 기록된 상태죠. 앞으로의 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말할 수 없겠지만, 하여간 이번 대결의 양상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월 jtbc뉴스룸에 출연해서 알파고와의 승부를 낙관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와의 승부에서 5:0 승리를 기정사실화 했었죠. 4:1 정도만 되도 대단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으니까요. 알파고에 대해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는 인식보단 그냥 기존의 것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게임AI정도로 인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국에서 혹시나 이세돌9단이 지면 그가 이전에 보여줬던 발언들이 부메랑이 되어 조롱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이세돌9단이 알파고에게 졌을 때 "뭐야 이세돌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ㅋ" 이런 식이 아니라 "알파고 저거 뭐야?"하는 식의 무게감있는 반응이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2국에서의 패배로 인해 그 여론은 확실해졌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발전은 어디까지이고 그것이 인간을 얼만큼 압도하느냐, 그것이 우리를 위협하느냐에 대한 논의로 전환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의 관심거리라 생각했던 것이 일반대중들에게 단 이틀만에 화두가 되었습니다. 기존에 뉴스를 통해 인간형 로봇을 개발했다는 식의 소식을 접했을 때와는 다른 파장입니다.


현재는 무슨 외계인을 인류 대표가 막아내려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정도의 무게감, 부담감을 넘어 두려움이 피어나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큰 그림을 구글이 예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그들이 원하는 인공지능 사업에서의 '각인'은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을 전환시켰죠. 앞으로 인공지능, AI를 이야기할 때면 어김없이 알파고라는 이름이 따라붙을 수 있죠.



영화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의 이야기 시작을 알파고가 끊었습니다. 대중의 입장에서 처음 느끼는 인공지능에 대한 무게감. 우주라 표현되며 인간의 직관과 창의력이 필요한 바둑이라는 분야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알파고. 이세돌 9단의 패배가 아니라 인류가 쌓아온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인상. 단 이틀만에 단순히 컴퓨터와의 게임한판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는 이 상황이 만들어내는 큰 그림.


스토리텔링을 함에 있어서 이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방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것이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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